우리는 자주 통일을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절실하게 와 닿지는 않다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통일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 더욱이 시기가 앞당겨질수록 불필요한 비용소모를 줄일 수 있을뿐더러 비용의 상대적인 크기도 줄어든다. 특히 놀라운 것은 통일은 부담이 아닌 기회다. 엄청난 기회다. 진정 대박을 안겨주는 기회다. 경제적인 면만 보아도 그렇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사람들은 대부분 통일을 외면하면서 지낸다.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조차 ‘그냥 좋다’는 식의 반응이다. 통일은 우리가 그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토대 위에서 진지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갈 때만 이룰 수 있다. 지금부터 올바른 수순을 밟아 나가야 한다. 우리 민족, 우리나라의 운명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꿈같은 기회가 우리를 기다린다. 이 책을 통해서 그 진실을 속속들이 파헤쳐 보기로 한다.
통일비용의 크기, 조달방법, 통일로부터 얻게 되는 막대한 이득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또 사실이 잘못 알려져 있어 올바른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통해 통일에 관한 실상을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모두가 힘을 합쳐 실제로 통일을 만들어내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함께 실천하는 통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 정신을 똑바로 가다듬자.
지난 시간 통일을 너무 건성으로 입으로만 외치다 보니 다소 고루한 주제처럼 들린다. 실상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통일을 향한 적극적 의지를 내보인 적이 없다. 반세기 넘게 남한에 반공은 있되, 통일은 실종되었다. 통일을 말하면 불온분자 취급 당하던 날도 오래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비핵 개방 3000, 3단계 공동체통일방안을 내세웠지만 이는 그저 탁상공론에 불과하였다.
북한은 어떤가? 1960년대에 김일성은 고려연방제를 주장했다. 적어도 1970년대 전반까지 그는 어떠한 모양이건 남북이 하나의 틀 속으로만 들어간다면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려연방제라는 그물을 쳐놓고 그 안으로 들어오기만 바랐던 것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자 1975년 김일성은 중국에 제2의 무력 남침 지원을 타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실패했다. 그러다 197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북한은 무너지기 시작했다.남북 간 소득이 반전되었고 이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김일성은 한계를 절감했다.
1991년 신년사에서 그는 ‘먹는 통일’은 싫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 속뜻은 이제 공산화 통일의 꿈은 접었고, 남한에 흡수되지만 않는다면 그저 그동안 유지한 자기 권력 보존만으로 족하다는 의미이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통일은 실현 불가능 영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김정일 역시 한때 통일은 40~50년 후 일이라고 내비쳤다고 한다. 자기의 정권 유지만 중요할 뿐, 통일은 생각지도 못하게 된 일이다. 그래도 이 상태로 한참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혀진다. 그런 그가 왜 자꾸 통일을 입에 올렸을까? 그것은 내부 결속용일 뿐, 사실상 헐벗고 있는 북측 주민들에게 통일 외에는 다른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실제로 이백 수십만 명이 굶어 죽어 나갈 때, 북측 주민들은 마음속으로 전쟁을 원했다고 한다. 통일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기는 통일만 하면 당당하게 호남평야의 쌀을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좋고, 또 진다 해도 남측이 잘산다고 하니 더 나아질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김정일에게는 어떻게 통일이 되던지 통일은 결국 자신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겉으로는 통일을 부르짖으면서도 통일은 끝까지 피해야 할 입장에 있었던 것이다.
남과 북에서 모두 이런 식으로만 생각한다면 통일은 요원하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바를 중심으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공감대를 기본으로 하는 정책 수립과 정부 시행이 연결된다면 통일은 멀지 않다.
독일 통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들이 잘했던 것과 잘못했던 것 모두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지침이다.첫째, 우리는 북한보다 월등한 경제력 우위를 바탕으로 북측 주민들의 민심을 가져 오는 노력을 과감하게, 그리고 꾸준히 해야 한다. 북한 사람들이 잘 사는 남한 사람들처럼 그렇게 함께 살고 싶다는 진정한 마음이 우러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 통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독일을 반면교사로 삼자. 더욱 중요하게는 우리는 우리의 실정에 적합한 방법으로 통일비용을 가장 적게 들이는 방법으로 통일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동륙(東陸, 대륙 동쪽에 돌출된 육지, 현재 용어로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인간답게, 그리고 기를 펴고 당당하게 살려면 우선 남북통일 먼저 이루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면으로 보나 통일의 주역이어야 할 남한 사람들은 이 중대한 과제에 대해 손 놓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통일은 실제로 경제 대박과 넘치는 일자리를 보장한다. 이 책은 통일 관련 모든 실상은 물론, 통일에 이르는 길도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제시한다.
통일은 우리 자신이 시작하고, 다듬고, 만들 때 얻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통일이란 우리의 능력이나 여건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통일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실제로 절실한가, 아닌가’에 달린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은 그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본다.
책을 써 나가면서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너무 심층적으로 들어가거나, 지엽적인 설명이 길어지다 보면 본론의 모습이 흐려질 수 있다. 그러한 부분들은 모두 부록으로 엮어 책의 뒤로 놓는다. 구체적·심층적인 분석보다는 전반적인 구도에 주안점을 둔다면 본론 부분을 중심으로 편히 읽어 나가는 것도 좋다. 필요에 따라서는 같은 내용을 중언부언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던 것에 대하여 널리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그것은 때에 따라 강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독자가 꼭 기억하여 주시기를 바라거나, 혹은 책의 중간 부분부터 읽는 경우에도 뜻이 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 글은 사실상 필자의 학술적 연구로부터 출발했지만 전문가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이 글은 우리 민족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될 일들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모두를 포함하는 국민적공감대 형성이 선행될 때라야 통일은 실제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처음에 이 책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글을 다듬어 주신 임덕순 박사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 책 내용의 전파를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는 이경태 박사에게 감사를 드린다. 미국에서 이 책 내용 보급을 위하여 One Korea Foundation 설립을 추진하는 신선균 박사께 감사를 드린다. 특히 한국에서 이 책의 출판과 내용 보급 활동을 위하여 그리고 미국에서 영문판 발행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헌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유재풍 교수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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